산촌 야경
포르륵
포르륵
이른 아침
대숯 잔물결 일며
하늘을 덮는 참새 떼.
밤 사이
누가 누가 백설탕을 뿌려놨나
산촌 천지(天地)가 온통
흰 눈으로 소복소복 눈곰보.
옴팍골 맹식이
재 너머 대추나무집 털보
아래뜸 쑥국이네 모여
신발 질끈 새끼로 동여매고
빵모자 푹 눌러쓰고는 흰 눈으로 뒤덮인
그림 같은 겨울산으로 올라
산토끼 산노루 몰이 행렬에 나섰다.
우-
우-
힘찬 함성소리
고샅 나뭇가지에 앉은
눈발 날리고
막 잡은
산토끼 산노루 어깨에 매고
방죽가 주막집으로
헤죽대며 가는 몰이꾼들
장작불 지피며
쭈그리고 앉는다.
얼큰하게 찌개 끓여놓고
밥알 동동 뜬 동동주
가운데 놓고는 뚝배기로
훌훌 마셨다.
올 농사 얘기
조합 빚 얘기
대처로 간 자식 혼사 얘기
늦은 줄 모르고 깊어가는
긴 긴 겨울밤은
인적 드문 산촌의 사랑방에서
풋풋한 인정의 폭죽이 터지고.
덜컹덜컹 들창 밖에
허이옇게 분 바른 달님
감나무 가지에 걸터앉아
천지가 흰 눈으로 하이얀
산촌 야경(夜景)에
물씬 취하느니.
출처 : 김우영 작가방
글쓴이 : 나은 길벗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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