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꿈이 있다면
내게 꿈이 있다면
푸르른 신록으로 병풍을 친 울타리에
널찍한 방 두 개가 있는
저녁놀 집을 가지고 싶나이다.
왜냐고 묻는다면
홀로 계신 홀어머니 모실 방과
많은 책 둘러싸인 방 안에서
200자 원고지를 잡고 싶나이다.
그리하여 그간 못다한 불효의 허한 가슴에
따스한 효로 부어드려 주름진 얼굴을
환하게 펴드리고 싶나이다.
그리고,
널찍한 방 안에 시집이며, 소설이며 수필이며
가지런히 늘어놓고 앉아
소박하며 진솔한 시 한편을
쓰고 싶나이다.
아내와 딸 둘 그리고 머슴애 하나
나란히 누우면 꽉 차서 오밤중 오줌이 마려워
화장실이라도 갈라치면 안쓰러운 내 핏줄들을
옆으로 젖히고 나가야 하는
지긋지긋한 가난함이여
큼직한 한옥도, 이태리 양식의 양옥도 싫나이다.
왜냐고 묻는다면
부자는 싫소이다.
배 나오고, 등 따스우면
그 다음이면 생각나는 게 환락이요, 오만일 것을.............
내게 꿈이 있다면
인정과 풋풋한 사랑으로 산모롱이 둘러친 동네에다
노을빛 지는 방을 가지고 싶나이다.
왜냐고 묻는다면
홀로 계신 홀어머니 주무실 방과
많은 책들로 둘러싸인
200자 원고지 방에 조용히
잔잔한 눈매로 추스르며 앉고 싶나이다.
출처 : 김우영 작가방
글쓴이 : 나은 길벗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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