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주(解産酒)
저토록 아름다운
이 동네의 밤.
게딱지같이 옹기종기
인정과 웃음으로 어우러졌건만
이 밤이 새고 나면
내일이면 뿔뿔이
흩어져 새 둥지를 틀어야 할 사람들.
서울에서
돈 많은 입이 큰 하마가
하늘로 치솟는 아파트
짓기 위해 이 근방 땅을 먹어버렸다.
그리하여
희로애락으로 얼룩져
갯고랑, 지푸라기, 아카시아 나뭇가지에도
옴팍 정들었던 이 동네를 떠나야 한다.
공장에 밥해주러 다니던 아줌마
면사무소 다니던 아저씨
날일 품팔이 다니던 박씨
복개천 과일장수 과수댁
노총각 점박이 봉식이
서럽고
못내 그간 정이 아쉬워
마당에 멍석 펴고
돼지고기 볶아놓고
막걸리를 후르륵 후르륵 마셨다.
사는 게 치렁치렁
한(恨) 서린 사람들
보따리, 솥단지 묶어
아이들 손잡고
싼 집, 싼 방 찾아
이 밤이 새고 나면
떠나야 한다.
그러나,
그러나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어도
마음만은 저 밤하늘만큼이나 고와
아마도 잘살 거야
아무렴............
출처 : 김우영 작가방
글쓴이 : 나은 길벗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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