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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농약을 치며

매트메니저 2006. 6. 10. 20:39
 

저녁상 윷놀이


희뿌연 새벽녘

머리가 아파 부스스

눈을 떴다.

쓰린 배 만지며 뒷간을 향해

우물가 장독을 짚고 돌아

시누대숲 밑으로 갔다.


몸 속 오예물(汚濊物) 쏟으며


머리 위를 보니 바람에

대숲 잔물결 살포시 일렁인다.

담배 하나 꼬나물고

턱 괴고 앉아 하늘을 보니

그믐달이 잿빛 구름 흘리며

찬 몸짓으로 달 속의

나를 본다.


지난밤 아내는

귀퉁이 떨어진 밥상 안고 들어오며


병신 촌놈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넘들은 다들 배추, 무 싣고

읍내 광장으로 간다는디 당신은

그 짓도 못혀유?

-가야 뭣 헌디여 내일

순지매 서 마지기 논 갈아엎으야는디

-샛골 탱이네는 탈탈탈

경운기 몰고 떠났는디.

당신은 촌놈 병신이여유

-뭐여...........?


홧김에 저녁상 윷놀이하여

마당에 돌려 던졌건만

괜스레 그릇만 깨져 도(徒)만 났네.


대문을 휑하니 차고 나가

내처 홍덕리 주막집에 걸터앉아

죄없는 막걸리만 퍼부었다.

둔탁한 발목이 앞서는 캄캄한 샛둑길

농촌의 내일처럼 지척을 분간키 어렵다.


드문드문 반짝이는 별로 수놓은

까아만 하늘을 보고 긴 숨을 내쉬었다.

(저 하늘은 이 내 맘을 알 것잉게............)








출처 : 김우영 작가방
글쓴이 : 나은 길벗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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