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의 명물 청진옥
종로 YMCA를 조금 지나서 종로 구청 쪽으로 꺽어 들어가면 해장국으로 유명한 청진동 골목이 나온다.
언제 가봐도 해장하는 술꾼들로 시골장터처럼 북적대는 골목이다.
원조 쇠뼈국물집이니, 해장국집이니 하는 형형색색의 간판들이 쭈욱 늘어서 있고, 간밤에 많이 마신 술로 절은 속을 풀기 위해서 해장국집 문을 들락대는 술꾼들이 많이 보인다.
서울 사람들은 물로 지방의 많은 사람들도 이 골목을 한 두 번 이상은 찾을 만큼 담백하며 시원한 쇠뼈국물의 맛은 별미로 많이 알려져 있다.
이 골목에서 가장 오래된 해장국집은 단연코 원조격인 ‘청진옥’을 들 수 있다. 이곳은 1937년 부터 이간난 할머니가 운영해왔는데 그 당시에는 수송동과 청진동 사이에 있던 나무시장의 나무꾼들을 상대로 장사를 했었다.
그때는 요즘처럼 영양가 있는 해장국이 아니라 쇠뼈를 삶은 국물에 감자와 콩나물, 시금치를 넣어 얼큰하게 끓인 술국으로 배곯았던 나무꾼들이 막걸리와 함께 시장기를 해결하였던 것이 오늘날 별미 해장국의 효시다.
예전에는 이 곳을 많은 문화 예술인, 정치인들이 드나들었다 한다.
일제 때는 명성을 떨쳤던 동양극장 배우들이 공연이 끝나기가 무섭게 달려왔고 춘원 이광수, 육당 최남선도 새벽녘이나 늦은 저녁 이곳에 들러 술로 마셨고, 숙취도 풀었다 한다.
이밖에 공초 오상순, 수주 변영로, 무애 양주동, 염상섭 등이 암울했던 지난50년대를 술로 풀면서 타는 속을 달랬고 미식가로 알려진 조풍연, 정치가인 김도연, 홍종철, 이민우 전 의원도 빼놓을 수 없는 단골이란다.
또 연예인으로는 이미 작고한 김승호, 허장강씨 등도 새벽녘에 자주 찾았고, 요즈음은 코미디언 구봉서씨도 꾸준히 들른단다.
그밖에도 문인, 국악인, 화가, 체육인, 신문, 방송인, 회사원, 상인 등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심지어 어떤이들은 명동이나 마포, 영등포 등지에서 잠을 자고서도 이곳의 해장국을 먹기 위해서 택시를 타고 새벽녘에 뛰어온다. 또 어떤이들은 이곳에서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인근 여관에서 잠을 자고는 다시 새벽녘에 들러 해장국으로 쓰린 속을 달래는 열성파 단골도 있다.
이 집의 해장국 조리방법은 24시간 푹 고아낸 쇠뼈국물에 양지머리, 소내장, 선지를 듬뿍 넣고 우거지 콩나물과 함께 뚝배기에 푹 끓여내는데 그 맛이 담백하여 입안이 시원한 것이 술꾼들의 속풀이에는 안성 맞춤일뿐더러 입맛 까다로운 식도락가들한테도 별미로 알려져 있다.
수많은 정한(情恨)의 세월이 지나면서 수 많은 문화 예술인들의 낭만과 울분을 토하면서 함께 명맥을 유지해온 종로의 해장국 골목내 청진옥.
한 시대의 지식인들이 그 시대의 오류르 보면 술로 달랠 수 밖에 없었던 심정, 낭만과 사랑, 울분으로 거푸거푸 마신 술 탓으로 쓰린 속을 달래려 이곳을 기웃거렸던, 그들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면서 새삼 인생무상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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