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 해태상 밑에 감춰진 것은?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지나다보면 언제나 변함없이 한자리에 우뚝 버티고 서있는 해태상을 볼 수 있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이 해태상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해태상 밑에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숨겨져 있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한 때 구구한 억측이 난무했다.
숨겨진 것이 국보급 보물이라는 설, 국가의 안녕을 지켜주는 부적이라는 설 등이 있지만, 사실 해태상 밑에 묻혀 있는 것은 다름이 아닌 술이다.
술이 묻히게 된 사연은 이렇다.
국회의사당이 여의도에 들어선 것은 지난 1975년. 전국의 시 市, 도 道 경계에 해태상을 세우는 작업을 계속 해오던 H그룹의 계열사인 H주조는 국회의사당의 준공을 기념하기 위해서 무려 3천만원을 들여 해태상 2개를 만들어 기증했다.
그러나 H주조는 단순히 석조물만을 세운 것이 아니라 석상 밑 지하 1미터 지점에다 특수 제작된 항아리를 묻고, 그 속에 H주조에서 만든 포도주 18병을 넣어 두었던 것이다.
석상 하나에 9병씩 묻힌 이 술의 이름은 노블 와인. H주조는 국회의사당이 건립되던 75년에 국내 최초로 1백% 순수 국산 와인의 제조에 성공했다.
국회의사당 건물이 순수 국내 건축기술로 완공될 수 있었던 것처럼 노블와인 또한 당시에는 순수 국산와인이란 점에서 주류업계에서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이 점에 착안한 H사 측이 기지를 발휘, 국회와 술이라는 묘한 아이러니를 연출한 것이다.
해태는 본래 옳은 일과 그릇된 일을 헤아려 안다고 하는 상상속의 짐승으로 우리 선조들은 상서로운 이 짐승의 모양을 조각해 중요한 건물의 앞에 세워두었다.
그렇게 하면 화기火氣)를 제압해 건물에 화재의 위험이 없어진다는 것을 믿었던 것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심지어 해태의 모양을 본떠서 법관이 쓰는 관모를 만들기도 했다.
해태의 생김새는 사자의 모습과 비슷하며 머리 가운데에 뿔이 하나 있다.
대궐 궁전이나 다리 입구, 또는 지역의 경계 지점에 세워져 사악한 기운을 물리친다 했다.
어쨌거나 여의도 국회의사당 해태상 밑에 묻어둔 술은 1백년 후 (2075년)에 다시 세상 빛을 볼 것을 기약하며 어둠 속에 잠들어 있다.
오순도순 국회의정을 잘 이끌어 가라는 국민의 여망을 국회의원님들은 아셔야 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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