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길 옆 오막살이
얼마 전 인근에 있는 아파트 공사장에 사람을 만나러 갔다가 마침 목이 출출하던 터라서 공사장 입구에 있는 ‘한밭식당’이라는 주막에 들렀다.
공사장의 허드레 판자로 허름하게 지어진 주접으로 큰 솥에는 시래기국이 펄펄 끓고 있었고, 그 옆으로 주인 아줌마가 앉아 있었다.
앞 뒤에는 긴 나무 탁자가 있으며 작은 장독도 몇개 보였다.
천장은 공사장 보온 덮게로 허술하게 덮인 곳으로 인근 인부들이 쉴 참에 들러, 목을 축이고 가는 임시 주점이었다.
그 옆으로 기찻길이 있어 열차가 지나가고 황량한 들녘이 끝나는 저 머언 지평선 끝으로 정겨운 ‘기찻길 옆 오막살이’였다.
이 집은 근방에서 아파트 공사장의 공사가 계속되어 10여년 동안 이곳에서 영업을 한단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 주접 목로에 걸터 앉아 아줌마가 내주는 담백하며 시원한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지축이 흔들리며 굉음이 이는 지진현상이 생겼다.
이 바람에 막걸리 잔을 놓쳤는데 ‘뚜・・・칙칙폭폭・・・칙칙폭폭・・・’ 2m나 될까 말까한 바로 옆으로 열차가 지나가는 이 진동으로 인하여 기찻길 옆 오막살이는 천장이 들썩거리고 문이 열렸다 닫혔다 하고, 탁자가 기우뚱거리자 그 위의 음식이 엎질러지는 지경의 일대 진동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필자는 마시던 막걸리 잔을 놓치고서 탁자 밑으로 고개를 밀어 넣고 일대 진동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처음엔 무슨 지진이라도 나는가 싶어 깜짝놀랐으나 잠시 후 열차가 지나가는 바람에 생기는 진동임을 알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탁자 위로 몸을 일으켰다.
혼비백산한 나의 꼴이 우스웠던지 아줌마가 빙그레 웃으며 기차가 지나가는 졸지의 벼락 덕분에 한 젊은 남녀가 백년가약을 맺었다는 얘기를 들려준다.
언젠가 웬 젊은 남녀가 지나다가 이 집에 들러 막걸리에 라면을 먹고 있었단다.
그 날도 예외 없이 갑작스럽게 시커멓고 긴 열차란 녀석이 우르르 쾅쾅하며 지나가는데 이 진동으로 남자 옆에 앉아 있던 예쁜 처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어머나! 무서워!’ 하며 남자 품으로 달려들고, 남자 또한 어머! 하며 달려든 처녀를 덥썩 안아 버렸다.
이렇게 열차가 지나가기를 약 30여초 정도 되었을까? 지축이 흔들리는 긴장의 실제상황이 종료되자 두 남녀는 서로 얼굴을 보며 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그때 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그저 서먹서먹한 구면의 사이였던 모양인데 갑작스런 상황중에 서로 꼬옥, 그것도 ‘너, 아니면 죽을 거야!’ 하는 정도로 가슴과 가슴을 밀착시키고 있었으니・・・
이것이 인연이 되어 두 사람은 결국 결혼을 했단다.
결혼 후 신혼여행을 다녀온 이들은 인연을 맺어준 기찻길 옆 오막살이에 찾아와, 평생 한 몸을 만들어준 이 집과 아줌마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더란다.
이날도 예외없이 그들의 반가운(?)열차는 지나가는데 이날은 남자가 미리 알고 새 신부를 덥썩 안고, 새 신부는 얼굴을 붉히며 안기더라는 얘기였다.
그 얘기를 다 듣고 나자 또 듣고 나자 또 한번 기차가 우르릉 지나간다.
이날도 예외없이 탁자 밑으로 고개를 밀어 넣고 퍼득 생각을 했다.
어디선가 단꿈을 꾸고 있을 그 부부를 생각하며 기울이는 기찻길 옆 오막살이의 막걸리 맛이 일품이었다.
'♡━━ 문학 문예 > 술의 나라 연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6.술에 얽힌 생활속의 자연 (0) | 2006.04.25 |
---|---|
5.국회 앞 해태상 밑에 감춰진 것은? (0) | 2006.04.25 |
4.방사선과 차로세츠다로비예! (0) | 2006.04.25 |
3.종로의 명물 청진옥 (0) | 2006.04.25 |
2.종로 뒷골목 주점 시인통신 (0) | 2006.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