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 한일 전기매트 온수매트 제조 도소매

♡━━ 문학 문예/문예 문학 문인의 글

[스크랩] 잘 읽어야 잘 쓴다

매트메니저 2009. 1. 7. 22:03

잘 읽어야 잘 쓴다  /   이승우 

  
 
 

 

너무 당연해서 진부하기까지 하지만,

쓰기를 원하는 사람은 먼저 읽어야 한다.


잘 쓰기를 원하는 사람은 먼저 잘 읽어야 한다.

잘 쓰는 사람은, 내가 아는 한, 잘 읽은 사람이다. 자기가 경험한 이야기를 소설로 쓴다면 100권도 모자랄 것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을 흔하게 본다. 우리는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나 우리가 확신하는 것은, 그 사람이 100권 이상 분량의 경험을 했다고 하더라도, 전혀 읽지 않고 살아 왔다면, 단 한 권도 쓰지 못하리라는 사실이다. 경험이 없이도 쓸 수 있다. 그가 읽어 왔다면. 하지만 읽지 않고는 쓸 수 없다. 아무리 경험이 많다고 해도. 경험의 가치를 폄하하려는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읽기의 중요함을 강조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다.

소설을 쓰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환영할 만한 현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 가운데 최소한 이 정도는 읽었어야 할 책들을 읽지 않았거나 아예 그런 책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것은 환영할 만한 현상이라고 할 수 없다. 읽지 않고, 읽는 건 무시하고 쓰기만 하겠다? 글쎄, 나는 믿지 않지만,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 사람은 아마 천재일 거다. 천재들에 대해서는 나는 할 말이 아무 것도 없다. 왜냐하면 내가 천재가 아니기 때문에 천재들이 어떻게 소설을 쓰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소설쓰기가 특별한 재능을 타고 태어난 유별난 신분의 사람들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아무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은 더욱 아니다. 예컨대 한 몇 개월 학원 다녀서 딸 수 있는 자격증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 몇 개월 테크닉이나 배우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달려드는 사람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소설쓰기가 테크닉이 아니라는 것이고, 또 어떤 점에서는 따로 배울 테크닉 같은 게 없다는 것이다. 배워야 할 것은 기술이 아니라 정신이다.

우리가 알아야 할 소설 창작 방법에 대한 모든 것은 소설 속에 들어 있다. 백 명의 작가에게 물어 보라. 당신은 소설 공부를 어떻게 했는가? 백 명 모두 소설을 통해 배웠다고 말할 것이다. 소설 창작의 교과서가 따로 없다. 좋은 작품이 곧 교과서이다. 그러니까 소설 창작 방법론의 첫장은 읽기이다. 읽은 사람만이 쓴다. 잘 읽은 사람만이 잘 쓴다.

느리게 읽기
잘 읽는 방법으로 추천하고 싶은 것은 느리게 읽기이다. 속독의 유용성에 대한 코멘트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또 속독이 유용한 것도 사실이다. 요즘처럼 정보가 넘쳐나고 더구나 정보의 확보가 곧 경쟁력인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것은 정보를 얻거나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독서일 때 이야기이다. 정보를 얻거나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소설을 읽는 사람은 없다. 정보나 지식을 소설을 통해 얻을 수 있고, 또 얻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소득일 뿐이다. 백과사전이나 전문 서적을 읽는 편이 정보와 지식의 습득에 훨씬 유리하다는 것은 하나마나한 소리이다.

느리게 읽기가 빨리 읽기보다 더 어렵다는 건 느리게 읽기를 해 본 사람은 안다. 그것은 마치 오래 밥을 씹는 것이 어려운 것과 같고 자동차를 버리고 자전거의 페달을 아주 천천히 밟는 것이 어려운 것과 같다. 음식은 식도를 타고 넘어가려 하고, 자전거는 달리지 않으면 넘어지기 쉽다. 그러나 음식은 오래 씹어야 제 맛이 나고 자전거 페달을 느리게 밟다 보면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을 보게 된다. 하루에 책을 여러 권씩 읽어내는 사람은 존경스럽지만, 만일 그 사람이 소설쓰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소설쓰기를 원하는 사람이 소설을 그렇게 읽는 것이라면, 그것은 백해무익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어도, 그다지 좋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리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미 작가가 된 사람들 중에는 선배 작가들의 좋은 소설을 여러 번 베껴 썼다고 고백하는 사람들이 있다. 베껴 쓰기 자체에 무슨 마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느리게 읽기의 한 방법이기 때문에 추천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꼼꼼하게 천천히, 문장 하나, 단어 하나, 심지어 문장 부호 하나에 집중하는 책읽기. 단어와 문장, 심지어 문장 부호 하나하나의 쓰임새를 음미하는 책읽기. 소설쓰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니까 소설을 아주 천천히 꼼꼼하게 읽고 있는 사람은 이미 소설쓰기를 시작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 과정을 생략한 사람은 지금 무언가를 쓰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 소설쓰기를 시작하지 않은 사람이다.

출처 : 김근수시인 건강생활
글쓴이 : 김근수 시인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