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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영전에

매트메니저 2005. 5. 9. 23:18

**아버지 영전에**(조시)


                      시인/송은애


나 살아 생전에

당신께 많은 사랑 받기만 했는데

그 사랑 돌려드릴 기회도 없이

서둘러 길 떠나시오면

뚫린 가슴 허전함에 추위를 느끼고


나 살아 생전에

당신과 나눠먹던

굵은 소금 술술 뿌린 생삼겹

전율을 느끼게 했던 소주 몇잔

말없이 떠나시오면

그 느낌 누구와 나누오리까


자나 깨나 자식 걱정에

명절이면 앞마당 작은 바람소리에도

귀 끝 올리시고

저녁서리 내리는 날이면

당신 마음보다 가슴보다

더 서늘함을 간직하시며

두 눈망울 굴리시던

당신의 그 모습 어디에도 없으니

무엇으로 감당 하오리까


눈물로도 통곡으로도 찾을 수 없는 당신

자주 찾아 뵈옵지 못한

불효를 용서 하소서

가을 낙엽에 소리 없이 우리 곁을 떠난

당신께 애절하게 간절하게

부탁드리오니

부디 편안 하옵소서!

자식들의 안위를 위해

무겁게 올려 놓으셨던 짐

이젠

훌훌 털어 버리시고


고행도

아품도

괴로움도 없는

아름다운 천국에서

부디 편안 하옵소서!


가시는 그길 그길에

들국화 만발하여

축복하오니

부디 편안하옵소서


당신의 그 모습

영원히 기억하오리다

영원히

영원히 가슴에 새기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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