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나 그니야. 잘 있었어요?”
“응 웬일이야? 거기 프랑스야?”
한동안 소식이 뜸하던 프랑스의 그니로부터 전화가 온 것이다.
그류는 반가운 마음에 오른쪽 귀로 수화기를 바꾸며 대답한다.
“응 잘 있었어?”
“그으럼 잘 있지”
그니는 목소리를 높혀 말한다.
“나 여름쯤에 한국에 가려고. 아무래도 대전 대흥동을 못잊겠어. 그루도 보고 싶고 말이야”
그류는 반가운 마음에 말을 다구친다.
“그래 나와요. 나오면 좋은 일 많이 있을거야. 그림도 그릴 수 있고 말이야”
“정말이야. 그러면 정말 올 여름 한국에 나갈게”
“그래 가급적 빨리와라. 외롭고 답답해 못살겠다”
“그러지 뭐. 내가 가면 그림 그리기 좋은 환경이 될까?”
“음 그렇게 해. 중구청에서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 10개년 계획을 세워 이곳을 문화예술이 살아 숨쉬는 도시로 살릴 계획이라니 이제 대흥동은 지난 시루봉 시절처럼 살맛이 날 것 같아요”
그니는 반갑다는 듯 웃음을 보내며 말한다.
“음 그것 잘 되었네. 알았어 나도 준비되는 데로 귀국 절차를 밟을께요. 그럼 건강하고 다음에 봐요”
“고마워 전화주어. 그럼 다음에 통화해요”
프랑스에서 걸려온 국제전화를 끊고서 그류는 내려오는 길에 보문장 싸우나에 들렀다.
모처럼 등산으로 땀에 절은 온몸을 닦아내고 싶었다.
싸우나에 들어서니 그류와 같은 등산객들이 땀을 씻기 위해 들어선 사람들로 북적댔다.
샤워로 머리와 몸을 일단 씻고 공중탕에 몸을 담았다. 따듯한 물이 온몸에 닿자 피로감이 다가온다.
옆에 뚱뚱한 사내가 힐끗 구류의 아랫도리를를 힐끗보더니 안도의 모습으로 고개를 돌린다.
아마도 자기의 아랫도리가 그류의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류는 속으로 피식 웃으며 스스로 눈을 감았다.
“그 놈이 그 놈이자 뭐 대수라고…”
따듯한 물에 몸을 담그고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누우니 지난일이 주마등처럼 생각이 난다.
그류가 시루봉 카페에 디제이로 취업할 때 그니는 본래 가정을 가지고 있었다.
태어난 곳은 대전이었지만 서울의 명문 모 대학 불문과를 나와 서울 장안에 손 꼽히는 재벌가 2세와 결혼을 했다.
국내에서 잘 나가는 건설업체의 해외 본부장이었던 남편은 1년 중 2/3는 중동의 건설현장에 나가 있었다.
그런데 그니의 불행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본디 열정과 예술혼이 불꽃처럼 뜨거운데다 출중한 미모의 재원이었다.
그런 그가 만난 서울 건설 업체의 재벌가 외아들은 태어날 때부터 자리를 저는 환자인데다가 성불구자였다.
그러니 몸이 남달이 뜨거운 그니와 여자를 모르는 남편과는 궁합이 맞을리 없었다.
그런데다가 1년중 2/3는 중동에 나가있는 바람에 서울 장충동의 큰 저택에서 혼자 독수공방 신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