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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동에 음악카페 하나 차려줘요-108

매트메니저 2007. 5. 24. 19:17
(8) 대흥동에 음악카페 하나 차려줘요

김우영 글

혼자서 큰 저택을 지키고 있자니 따분도 할 뿐 아니라 이렇게 자신의 불꽃같은 인생이 사그러드나 싶어 고민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중동에서 잠시 귀국하여 장충동 집에 들렀다.
“여보 나 아무래도 이렇게는 못살 것 같애요”
“뭐요? 넓은 정원에서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듣고 하면 되었지 또 뭐가 필요해서. . . . . ?”
“여보 부탁이 있어요. 내 친정인 대전 대흥동에 음악카페 하나 차려줘요! 그리고 당신이 귀국할 때는 이곳 집으로 올께요. 응 부탁해요 여보옹!”
남편을 끌어안으며 그니는 애원하다시피 매달렸다. 여자도 모르고 일 밖에 모르는 차거운 냉열한 그니의 남편이 금방 응할리 만무했다. 일언지하에 그니의 의견은 묵살되었다.
“여보 생각해봐요. 재벌2세 며느리가 이곳 서울 장충동집을 버리고 대전 지방도시에 가서 음악카페를 운영한다고 생각해봐요. 남들이 뭐라고 하겠어?”
“여보옹 그래도 그렇지. 난 당신도 없는 이 큰집에서 혼자서는 못살겠어요?”
“어찌되었건 안돼요”
귀국하기만 하면 기어히 의견을 관철시키겠다고 벼르어 왔는데 단번에 묵살되었다.
물론 평소의 남편을 알고 있는 터라서 기대를 안했지만 그니는 허탈했다. 그러나 그니는 생각했다.
‘아니야, 한·일 월드컵의 영웅 히딩크가 말했잖아. 꿈을 가져라, 그렇게 꿈을 갖고 노력하면 이루어지지 않을 일이 없다고 말이야!’
남편은 해외사업평가를 위해 본사로 출근하고 이 큰 저택에서 혼자 있어야 했다. 그니는 생각했다.
‘오늘 저녁에는 어떻게 해서라도 승낙을 받아내야지.’
하고 정원에 나가 캔버스에 엊그제 미완으로 있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골똘이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남편이 좋아하는 참치에 몽블랑 꼬냑으로 분위기를 맞추어 오늘밤 허락을 맡아내자고 생각을 했다.
우선 본사 사무실로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여기 장충동인데요. 박일벌 본부장님을 부탁 합니다.”
“아, 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금방 연결해주지요.”
잠시 후 전화연결이 되었다.
“응, 나야 왜?”
늘 사무적이고 단답형인 남편은 급히 물었다. 바쁜 업무처리중인 것 같았다.
빨리 대답하라는 의무고지형 질문에 화가 치밀었지만 그니는 꾹 참고 말했다.
“여보 당신 모처럼 귀국도 했는데 오늘 밤 저하고 집에서 술 한 잔 해요.”
“뭐야. 오늘 회사에서 저녁 식사하기로 했는데…?”
“그럼 식사만 얼른하고 집으로 와요. 내가 멋지게 당신의 귀국 환영회를 해줄께요”
“음 알았어. 가급적 일찍 갈께”하고 전화는 저쪽의 일방적으로 끊겼다.
그니는 전화를 끊고 가정부를 불렀다.
2층 스위트 룸 바에서 오늘 남편과의 술자리가 있으니 준비하라고 했다.
이 집에서 십 수 년 묶은 가정부는 벌써 눈치를 채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