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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 문예/나은 김우영작가

시루봉에 올라-106

매트메니저 2007. 5. 24. 19:15
(6) 시루봉에 올라


김우영 글


그류 눈가에 유난히 아침햇살이 빛나고 있었다. 보문산 올라가는 길이 해맑고 힘차다고 생각했다.
그류는 한밭도서관 뒤 청년광장을 거쳐 야외음악당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산길 양쪽에는 겨우내 참았던 풀들이 살갗을 제치고 아우성이다.
봄을 향한 생명력의 호소이다. 소나무가지에도 봄의 전령사는 다가와 인사를 하고 있었다.
종달새 여러 마리가 다가와 정답게 우짖고 있었다.
저 남쪽 금산(錦山)에서 따듯한 훈기를 몰고와 이곳 보문산에 봄의 기운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엊그제 수필집 국화꽃 베개의 저자 시몬 수필가와 만나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며 시몬은 말했다. 특유의 해박한 상식과 자연학을 바탕으로 논리정연하게 말했다.
“그류 선생. 새봄에는 화를 내지말아요?”
“왜 그럴까요?”
시몬의 설명에 의하면 이렇다.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춘하추동을 말 할 때 아름다운 사계(四季)로 말한다. 오묘하고 찬연한 봄이란 말 속에 자연에 대한 경의에 의미와 불교 사천대왕(四天大王)의 뜻과도 맥락을 같이 한단다.
우리말 봄은 의미상 다른 뜻이 있다.
봄은 따뜻한 온기가 다가옴을 뜻하는 불(火) + 올(來)에서 그 어원을 찾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약동하는 자연 현상을 단순히 본다 견(見)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따뜻한 봄 햇살을 받아 초목에 새로운 생명의 씨앗이 움트는 그 경이로움을 인간의 눈으로 직접 본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는 약동하는 새봄이라고 한다.
새 여름, 새 가을, 새 겨울이라 하지 않고 오직 봄만을 새봄(新春)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불교의 사천대왕(四天大王)에서 봄은 지국천왕(持國天王). 수미산(須彌山)의 동방에서 수호하는 신(神)으로써 만물이 소생하고 동쪽에서 해가 뜨듯 인생과 만물의 시작을 뜻. 새봄에 화를 내면 간이 썩는다고 한다.
일상에서 치미는 화는 잠시 접고 화기애애하게 허허로이 웃을 지어다.
힘겹기는 하지만 두어 시간 산길을 타고 시루봉에 올랐다.
확 트인 대전 시내가 한 눈에 들어왔다.
시내에서 살다가 위에서 내려다본 대전 시가지는 그야말로 아파트와 도로망으로 이어진 복잡한 대도시이다.
시루봉 정상에 앉으니 그 옛날 시루봉 카페 시절의 그니가 유난히 생각이난다.
몸과 마음을 다 주었던 여인.
그니만의 특유의 지성미와 온유한 채색, 긴 머리칼에서 쏟아지는 예술가의 감각과 균형 잡힌 육감적인 몸매에서 그니는 분명 매력적인 여인임에 틀림없었다.
젊은 시절 혼신을 기울여 사랑했던 여인 그니는 지금 프랑스에서 피카소를 닮겠다며 이젤과 붓을 들고 캔버스에 깊이 들어가 있겠지.
한참을 생각하던 그류는 안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 즉석시를 한 편 썼다.
춘삼월 호시절/ 시루봉에 올라/ 옛님이 절로 생각나 / 머언 하늘가 바라보니/ 여인 하나 아지랑이 타고/ 시나브로 내게로 다가와/ 미소로 반기네/ 반가운 맘/ 그녀를 포옹하노니/ 그녀는 멀리 멀리 달아나네/ 오, 여인이여 내게로 오라 내게로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