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태울 게 따로 있지. . . . . . ?
공항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떠나고 보내는 사람, 다시 돌아오고 떠나는 그런 쓸쓸한 잔영들 모습이 모자이크처럼 베어있는 곳이 공항이 아니던가!
짙은 밤색의 투피스 차림에 긴 머리칼을 휘날리며 그니는 나타났다. 손을 흔들며 바람처럼 탑승장으로 휩쓸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류는 눈가에 아련히 눈물이 맺힌다. 그니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거의 보이지 않을 위치에서 그니는 그류를 획 돌아보며 어서 들어가는 듯 크게 손을 좌우로 흔들며 힐끗 웃는다. 긴 머리칼에 유난히 흰 그니의 치아가 선연하게 보이는 듯 하다.
그류는 멍하니 공항 이륙장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비행기가 이륙하는 소리가 들린다. 육중한 비행기는 활주를 천천히 기는가 싶더니 바닥을 박차고 일어나 공중으로 올라간다. 파아란 하늘을 그렇게 한참 날아가는가 싶더니 이내 구름속 허공으로 자취를 감춘다.
그류는 허탈한 모습으로 공항을 나와 택시를 탔다. 택시안에서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 라이터를 꺼냈다. 입가에 문 담배에 불을 붙이려다가 그류는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니가 살던 대흥아파트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강아지 ‘치와와’에게 불을 붙이던 광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날도 시루봉 카페에서 밤늦게 영업을 마치고 대흥아파트로 갔다. 둘이서 응접실에서 앉아 술을 마셨다. 둘이 술만 취하면 눈시울을 붉히며 읊조리는 시가 있다. 프랑스 유명한 시인 ‘아폴리네르’의 ‘미라보 다리’이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우리네 사랑도 흘러내린다.
내 마음 속에 깊이 아로 새기리
기쁨은 언제나 괴로움에 이어옴을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손에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마주보면
우리네 팔 아래 다리 밑으로
영원의 눈길을 한 지친 물살이
저렇듯이 천천히 흘러 내린다.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 . . . . .
둘이 미라보다리를 암송하며 술잔을 마시는데 애견 치와와가 다가왔다. 이 날도 그니에게 치와와는 예외없이 방 마루에서 꼬리치며 그니를 반기었다. 그런데 숫놈인 치와와가 둘 사이에 앉자 치와와의 아랫도리털 속에서 숫놈의 빠알간 거시기 쑤욱 나왔다. 이를 본 그니는 얼굴을 붉히며 술 먹은 기분으로 라이타 불을 최대치로 올리고 음경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에이구, 세상에 그것 좀 안 나왔으면 살겠다 살겠어!”
“화르륵--화르륵--”
사고는 순식간에 나버렸다. 털로만 덮혀 있는 귀여운 치와와가 불덩이에 휩싸여 깨갱대는 것이 아닌가! 그니와 그류는 술이 확 깨었다. 얼떨결에 바가지에 물을 떠다 끼얹었으나 치와와는 비 맞은 생쥐 모양으로 오돌오돌 떨면서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연신 신음 소리를 내었다.
다음날, 그니는 이웃에서 알세라, 시장바구니에 몰래 담아 은행동 가축병원에 갔다. 화상 원인을 묻는 수의사한테 그니는 사실대로 말했다.
“아니, 태울 게 따로 있지 세상에, 그 중요한 것을 태워요? 이 아가씨가 큰일 날 사람이네!”
“어머나 . . . . . ?
(다음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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