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관계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
여성 편에서 보면 어떨까. 황진이는 자유인, 지식인, 페미니스트이자 행동하는 배포를 가진 여성으로, ꡐ뭇 여성의 우상ꡑ이 될 만하다. 이 시대의 여성에게는 물론 당시 여성들도 겉으로야 깔봤을지 모르지만 속으로는 황진이의 기개와 배포를 은근히 부러워하지 않았을까.
ꡐ서출ꡑ이라는 제약적 신분을 ꡐ기생ꡑ이라는 한계적이면서도 무한하게 개방적인 신분으로 바꾸어 버리고, 이름을 명월(明月)로 바꾸어 버린 변신의 능력에 갈채를 보냈음직하다. 황진이의 자유분방한 라이프 스타일은 시대를 떠나 초여성적 모델이라고 할 만하다.
피카소는 여성에게 이중적 존재다. ꡐ대표격 남성ꡑ으로서는 여성 공동의 적이 될 만도 하고, 반면 ꡐ남자 개인ꡑ으로서는 ꡐ거부할 수 없는 남자ꡑ일지도 모른다. ꡒ여자는 여신 아니면 발닦개ꡓ라고 했다는 그의 말처럼, 숭배의 대상으로 여자를 보든 한낱 신발에 묻은 흙이나 닦을 존재로 여자를 보든 피카소는 징그럽도록 100% 순도의 ꡐ태생적 남자ꡑ이자 ꡐ사회적 남성ꡑ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황진이와 피카소가 과연 다를까. 피카소가 여성을 바꿀 때마다 작품 경향까지 달라졌다고 한다면, 황진이 역시 남성을 바꿀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였다. 수이감을 자랑하다 빠져 버린 벽계수, 파계를 마다하지 않은 지족선사, 명기와의 동거를 마다하지 않던 이언방, 쟁상 송 순과 소세양, 금강산 유람 파트너 이 생, 계약동거했던 풍류남 이사종 등 알려진 이름만 7명이다.
여기에 황진이의 인생을 바꾸어 버렸다는, 상사병에 걸려 죽어 버린 동네총각 그리고 그 유명한 화담 서경덕과의 지적 교유를 생각한다면 황진이 역시 남자의 에너지를 자신의 성장 에너지로 십분 활용했던 것 아닌가.
피카소의 여인편력은 그의 작품 세계의 변화와 대치된다. 판타지를 만들고 싶어하는 미디어와 피카소 자신의 뽐냄이 상승작용을 한 것도 있겠지만, 신선한 남녀 관계가 생생한 삶의 에너지를 북돋워 준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이 있을까.
장밋빛 시대를 연 야성적인 페르낭드, 청순가련형의 에바, 귀족적인 발레리나 올가,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가장 많은 모델 노릇을 했던 마리 테레즈, 게르니카 시대의 지성적 도라 마르, 자유분방한 프랑수아즈 질로, 말년에 절대적으로 헌신적이었던 자클린느 등 동거하거나 결혼한 여자만 7명이다.
사이사이 관계했던 여자들까지 친다면 피카소는 내놓고 남자편력을 할 수 있었던 기생 황진이의 모험에 못지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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