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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술맛

매트메니저 2006. 6. 10. 20:37
 

술맛


북한산 정상

널따란 반석 위에

전국의 술꾼들

모여 술청이 익었다.


흰 백발의 일공주모(一共酒母)

몸종의 인의 장벽 두르고

술동이 이고 나타나 술잔을 돌린다.

독하고 부패한 냄새.

-이런 술은 내다 버리시오.


전통의 한복과 중절모로

단장한 이공주모(二共酒母)

술동이 이고 나타나 술잔을 돌린다.

감칠맛이 입에 감기나

밑술 기반이 약하여 설익어 누룩냄새 난다.

-이런 술은 더 숙성시켜 오시오.


검은 선 글라스

푸른색 옷 입은 삼공주모(三共酒母)

절도 있게 술동이 이고 나타난 술잔을 돌린다.

너무 오래 밑술과 윗술을 앉혀

쉰 맛에 쓰디쓰다.

-이런 술은 식초나 담으시오.


검은 선 글라스 낀

사공주모(四共酒母) 또 나타나

기왕 마신 술 더 먹으란다.

-이런 독한 술은 염라대왕이나 주시오.


이마가 홀랑 넘어가

빤짝빤짝 윤이 나는 얼굴로

술동이 이고 나타난 오공주모(五共酒母)

술잔을 돌린다.

독하고 썩은 냄새로 입맛이 가신다.

-이런 술은 돼지나 주시오.


보다 못한 점잖은 전국의 술꾼들

화가 나 좌중이 술렁댄다.

-이 나라엔 정녕 먹을 많나 술이

이처럼 없다더냐?


그러자

보기좋게 화장하고 세련된 몸매로

술동이 이고 나타난 육공주모(六共酒母)

위대한 보통사람의 술맛을 보란다.

미모의 여인네 부추김에 맛을 보니

입맛을 당긴다.

그러나

점점 먹을수록 술맛이 변한다.

-이런 술은 밑술과 윗술이

덜 익어 더 있어봐야 맛을 아는 법이오.




출처 : 김우영 작가방
글쓴이 : siin7004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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