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서 60대까지 세 차례나 찾아온 암을 이겨 낸 고창순(74·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박사는 “사실대로 환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40여 년 암과의 전쟁을 치르며 ‘암을 이기려면 의사의 노력뿐 아니라 환자의 자세가 절대적’이라는 사실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갑상샘(갑상선) 치료와 핵의학 분야의 대가이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고 박사의 신간 ‘암에게 절대 기죽지 마라’(동아일보사 펴냄·사진)는 암 환자의 이러한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고 박사는 “의사로서의 의학 지식을 담은 게 아니라 여러 번 암을 극복한 한 자연인의 이야기”라며 “경험담은 암을 이기는 정도(正道)를 다룬 게 아니라 ‘이렇게 했더니 암에 걸려도 죽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의 암, 이렇게 싸웠다
고 박사는 암 ‘선고’를 받고 절망과 불안으로 자신을 찾는 사람들에게 배를 들춰 보여 준다.
“요건 26세 때 대장암 수술 자국, 오른쪽 허리의 이건 십이지장암 수술, 또 이건 블라인드 루프…. 마지막으로 65세 때 발병한 간암 때는 칼을 댈 자리가 없어 중복 절개를 해야 했다”면서.
‘암도 당뇨 고혈압과 같이 평생 다스리며 살 수 있다’고, 꼭 죽는 것은 아니라고 안심시키기 위해서다.
고 박사는 암을 ‘잘 달래 내보내야 할 못된 친구’로 여기며 살아왔다.
“26세 때 일본에서 의과대를 다니던 중 대장의 절반을 잘라 내는 대장암 수술을 받았을 땐 모두가 1년을 넘기지 못할 거라고 쑥덕댔어요. 하지만 ‘재발하면 그때 걱정하리라’면서 일본 의사국가시험에만 매달렸어요.”
수술 후 60kg이던 몸무게가 43kg으로 줄었다. 30분 이상 앉아 있기 힘들어 침대에 누운 채 일본 의사국가시험을 치렀다. 합격자 가운데 유일한 외국인이었다.
그로부터 25년 후 암이란 존재를 까마득하게 잊고 서울대병원의 제2부원장으로 정신없이 지내던 시절, 두 번째 암이 찾아왔다.
“‘의사가 하라는 대로는 해도 의사가 하는 대로는 하지 말라’는 말이 있죠? 환자 진료와 학생 교육에다 병원 살림까지 맡은 스트레스로 저녁엔 과음하고 평소엔 줄담배를 피웠던 탓이에요.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비교적 빨리 암을 발견했다는 것이었어요.”
술, 담배를 끊는 등 모범적인 생활은 3년이 지나면서 다시 흐트러졌고 1997년 정년퇴임 사흘 후 건강검진에서 부신에까지 전이돼 있는 간암을 발견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데는 선수였지만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만약 그때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다면 지금도 내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모를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마지막으로 찾아온 암은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수술을 받은 뒤에도 가끔씩 1∼2cm의 암세포가 발견돼 시술을 받고 있어요. 누가 이길지 암과 ‘기 싸움’ 중이죠.”
○평화로운 마음과 강인한 체력으로 당당히 맞서라
암과 40여 년 싸워 오면서 깨달은 것은 우선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몸이 암과 한바탕 전쟁을 치를 만큼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 그래야 면역력도 높아진다.
고 박사는 1982년 두 번째 발병한 암을 수술한 뒤 지금까지도 매일 △오전에 30여 분 스트레칭하고 △집 안의 온갖 운동기구로 틈틈이 운동을 하며 △하루 1만 보 걷기를 실천하고 있다. ‘운동이 나를 살렸다’고 믿는다.
1997년 65세의 나이로 16시간 동안의 간암 수술을 받았을 땐 의료진이 그의 체력에 놀랐다. 그는 또 수술 후 21일 만에 퇴원한 그날부터 걷기운동에서 조깅까지 안간힘을 다했다. 아프다고 위축되지 않고 평소처럼 행동해야 빨리 나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일반적으로는 암 환자에게 ‘소식(小食)’ 하라고 권하지만 고 박사의 의견은 다르다.
비록 잘 먹어서 암세포를 키우더라도 잘 먹어야 암과 싸울 힘이 비축된다는 것. 좋아하는 육식도 포기하지 않았다. 요즘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고기로 두둑이 배를 채운다.
“사람은 원래 혼식 동물인데 어떻게 채식만 하고 살아요? 대신 고기를 드실 때 야채에 생마늘을 함께 드세요. 마늘은 대표적 항암 식품이잖아요.”
그렇다고 암에 좋다는 특정 음식에 매달리라는 뜻은 아니다. 어떤 기적의 항암제나 암에 좋다는 성분이 많은 음식에 매달리기보다 ‘오색오미(五色五味)’의 원칙을 지키며 영양의 균형을 맞추라는 것.
“건강식품과 같은 보완·대체 의료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형적이에요. 미국은 정규 의약품 시장 대비 기능성 식품 등의 시장비율이 100 대 5 정도인데 국내는 오히려 3배나 더 크다고 해요.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죠.”
정신적 측면도 중요하다. 스트레스는 몸의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마음과 정신이 육체적 활력에 주는 영향은 일반인의 기대 이상이에요. 그래서 역설적으로 암과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먼저 죽음에 초연해지라고 말해요. 그래야 ‘죽음의 암을 다스리는’ 동안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이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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