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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폴더(플래닛)/고.오완영 및 문인들의 스토리

글로 최영옥 작품해설

매트메니저 2007. 1. 31. 09:22
 

분량 (200자 원고지 61매)


  글로 최영옥 시인의 시집 『사람아 사람아』의 시론(詩論)


아픔의 강(江)을 건너 희원(希願)의 창조적상상(創造的想像)

             이미지네이션(Imagination)으로 승화된 시학(詩學)


                김 우 영(작가. 계간 문학세상 주간. 한국문인협회)


․여는 시


목 뺀

기다림은 아니었지만

추운 날들 내내

몹시도 그리웠어요



겨우내 언 가슴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게

녹여주고 싶어

온 몸 신열 올랐어요



살구 빛 나른함으로

그대 몸 부려오면

취한 눈 차마 뜨지 못하고

행복감에 소름 돋았지요



그대 나의 세포마다

입김 불어 줄 때면

간지럼 타는 아기처럼

마냥 웃었지요



사랑하고 싶어

사랑받고 싶어

이 봄 지독히도

몸살 앓을 거예요


                         - 최영옥 시인의 시 ‘봄 그대’ 全文


․아픔과 고통을 살 속에 박듯 살아온 글로 최영옥 시인


 고대 희랍의 신화에는 3명의 여신(女神)이 있다고 한다. 세 여신은 우리 인간에게 운명의 줄을 만들어 준다. 첫 번째 여신은 우리의 각자의 생명에 줄을 짜고, 두 번째의 우리의 생명에 길이를 정하며, 세 번째 여신은 가위로 우리 각자에 생명에 줄을 자른다.


 마음 같아선 이 세 여신이 운명의 줄을 짤 때 생명을 길게 짜주어 행복한 삶을 살게만 해주길 바란다. 그러나 사람의 삶이 말처럼 수월하게만 이루어지랴?


 희망이 있으면 절망이 있고, 웃음이 있으면 슬픔이 따르고, 밝음이 있으면 어둠이 찾아오는 게 우리네 삶, 치환(置換)의 이치인 것을. . . . .  요컨데  상대적등가성원리개념(相對的等價成原理槪念게)인 것이다. 이런 희노애락(喜怒哀樂)속에서 우리는 나름데로 삶의 의미와 보람을 찾으며 어제를 보내고 오늘을 살며, 여명의 내일을 맞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은 평등하지 않다. 어떤 사람은 물질의 풍요속에서 행복을 길게 구가하며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평생 불행을 살 속에 박고 살듯 어두운 그림자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따라서 나는 평소에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


 “착하고 성실하며 어진 사람한테는 가급적 아픔과 절망을 주지 않았으면 . . .’ !”


 왜냐하면 이런 사람일수록 경제력 기반이 약할 뿐 아니라 자신을 포함하여 주변의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현실적 생활여건이 견디기가 버거웁지만, 거기에 건강이나 마음의 아픔이 생기면 아픔의 생채기를 평생 보듬으며 살아야하는 처연함이 있기에 그렇다.

 태초에 사람은 누구나 축복을 받고 태어나 행복하게 살도록 되어있다고 한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치 아니하다. 철학자 루소가 ‘에밀’에서 말 한 것처럼 ‘모든 산물은 조물주의 손에서 나올 때는 선(善) 하지만 인간의 손에 들어오면 타락한다.’는 것인가? 결국 인간의 손에 의해 불행으로 전이되는가 하고 묻고 싶다.

 슬픔과 불행으로 이어지는 가련한 삶을 누군들 살고 싶어할까? 그러나 그게 마음데로 되질 않는다. 아픔과 고통의 끈으로 이어지는 버거운 삶의 연속이다. 대체적으로 아픔과 고통은 착하고 어진 사람한테 자주 생기는 것 주변에서 자주 본다.

 그 예의 하나가 이번에 시집을 내는 경기도 일산의 ‘글로’ 라는 아호를 지닌  최영옥 시인의 경우가 그러하다.

 나 하고는 계간 문학세상(발행인 윤원희 시인)을 통하여 문학적 인연을 맺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정갈하며 바른 시어로 시를 이끌어가고 있는 글로 시인은 참으로 보기만해도 곱고 아련한 그런 여인이었다.

 이런 글로 시인에게 꽃과도 같은 스무살 청춘시절 척수염이란 갑작스런 질병이 찾아와 약간의 후유 장애를 남겨 주면서 아픔은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착하고 좋은 신랑을 만나 한껏 행복의 나래를 펴는가 했더니 사랑하는 그마져 3년 전 이승을 하직 지금은 하늘나라에 가 있다.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며 감사함으로 살며 글로를 몹시 사랑해주던 신랑은 출산과 양육에 자신이 없어 아기는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무척 아껴주었다고 한다. 신랑을 잃은 아픔도 잠시이다. 글로는 얼마 전 설상가상으로 뇌막염까지 겹쳐 지금껏 어려운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인간이란 한(恨)이 있는 인생으로 한(恨)이 없는 세상을 살아가자니 위태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것인가? 세계적인 연극 셰익스피어의 ‘햄릿의 독백’ 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투비 오어 낫 투비!(살아야 할 것이냐 죽어야 할 것이냐!)”


 고대 로마인들은 말했다.


 “숨이 붙어 있는한 희망을 버리지 말지어다.(Dum sporo sporo.)”


 글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먹고 살 수 만 있다는 것도 행복이다.’ 라는 소박한 마음을 지니고 현실의 아픔과 시련을 잘 극복해내고 있다. 그것은 독실한 신앙심과 시인으로의 길을 올 곧게 걷고 있기 때문일지라. 그의 독백에서 이렇게 술회하고 있다.


 “ ‘내 인생은 왜 이리도 꼬이는 걸까?‘ 하며 잔인한 하느님이라고 원망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순종하며 마음 비우고 열심히 살고 있답니다. 아픔과 고통과 외로움을 종교에 의지하며 문학으로 승화시키려 노력하면서요.”


․창조적 상상(創造的想像) 이미지네이션(Imagination)승화시킨 시학(詩學)


 우리 모두의 가슴을 저리게 하고 아파하며 읽어야 할 글로 시인의 시편들을 만나보자.


빗방울이 홀로 떨어지듯

나는 홀로 서 있다

허공 여행 마치고

한 몸 대지위에 부서지며

산산이 흩어지는 고뇌


지금 비 내리고 심장은 안으로

또 안으로 옥죄어 드는데

마흔의 나이테가 두꺼워

울지도 못하고

지난날 곱던 추억은

한 꺼풀 한 꺼풀

내장을 보이며 온 몸으로 타고 있다


너나 

나나

우리 모두

홀로인 것을

                           -  최영옥 시인의 ‘누구나 홀로인 것을’ 全文

 그렇다. 우리는 누구나 혼자이다. 우리는 혼자 태어나 잠시 누구랑 어우러져 살다가 결국 홀로인 채로 이승을 하직하고 떠나는 나그네인 셈이다. 그저 잠시 부대끼고 웃고 울다가 가는 것이다. 글로는 이 시에서 ‘너 나 나 나 우리 모두 홀로인 것을’ 이라고 표현을 하고 있다. ‘허공 여행 마치고 / 한 몸 대지위에 부서지며 / 산산이 흩어지는 고뇌/.. 이 부분에서 절묘하게 시적(詩的) 메타포(metaphor)로 승화하고 있다. 시인은 이미 홀로이며, 홀로가 아니라는 이분법(二分法)의 등가논리(等價論理)로 분화하고 있다.


사람 냄새 그리워

당신 품에 안기던 날

사랑이 아냐 이건

마음 배겨

서럽게 울었었지


떠난 후

이 통증은

당신을 사랑했나 봐


당신 없는 빈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황소처럼 우는 일 밖에 없었네


새벽여명 어둠을 밀어내듯

옛 기억 하얗게 비워내고

과분한 향유였던 그댈 놓으며

난 다시 살기로 했어


                            -최영옥 시인의 시 ‘그대 떠난 후’ 全文


 그리움을 겪은 사람은 그리움에 젖을줄 알고, 외로움을 겪은 사람은 외로움을 알며, 사람 내음을 맡을줄 아는 사람은 사람을 그리워 한다고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 황소처럼 우는 일 밖에 없었네/ 새벽 여명 어둠을 밀어내듯

/ 옛 기억 하얗게 비워내고 / 과분한 향유였던 그댈 놓으며 / 난 다시 살기로 했어/ 이처럼 비록 처연하지만 환희의 세계로 회생하려는 글로 시인의 의지가 선연하다. 시의 특징은 이처럼 표현의 레토릭(Rhetoric)의 기교에 따라 반전(反轉)의 미학(美學)으로 살아나는 것이다.

 ‘오, 신이여! 참으로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 우리 앞에 펼쳐지노니. 이 땅 위에 중견작가랍시고 살아가는 무기력한 나 자신이 이토록 답답할 수 가 있는가. . . . .  ?’

밤 새 바람결이 부드러워졌다

가려운 몸의 때를 벗기기 위해

아침을 거른 채 목욕탕을 갔다

“정기휴일”이란다

슬퍼졌다

목욕탕이 나를 밀어 내는구나(中略)


감기 기운이 있어 동네 의원에 들렀다

진료를 기다리며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시다가

반도 안 마신 커피 잔을 엎질렀다

커피마저 나를 달가워하지 않는구나


진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횡단보도 건너다가

다리가 뻣뻣해 져 넘어질 뻔 했다

행인의 도움으로 길을 건너면서

결국 내 눈엔 눈물 한 방울 도르르

구르고 말았다


고달픈 인생

고단한 나의 하루

하느님. 다 보셨죠?


                                    -  최영옥 시인의 시 ‘우울한 날’ 일부중에서


 아파보지 못한 사람은 진정 아픈이의 고통을 모른다. 안다고 해도 마음만으로 알 뿐. 바닥을 기거나 온통 방안에 뒹굴어 보아야 그 참담함을 안다고 했다. 이 세상 육체적인 아픔이 있는 사람보다 정신적으로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아픔에 몽롱한 정신을 앞에 두고 서룸에 떨어야 하는 아픔의 산실을 겪어낸 글로 시인은 인동초(忍冬草) 그 자체이다. 그러나 그 아픔을 아픔으로만 삭히지 아니하고 내일 희원(希願)들판으로 나서러는 의지가 선연하게 엿보인다. 이것이 시적 표현의 미학(美學)이다.

방파제에 몸 부딪고 돌아서며 통곡하던

철썩이는 그 소리는 인생들을 비웃는데

막소주 한 잔에 쏟아지는 마른기침


하늘까지 닿으려다 추락하는 파도는

부서지는 꿈이 슬퍼 하얗게 분노하고

그물 깁던 노인장은

먼 바다로 시선을 던진다


파도가 할퀴고 간 모래톱 그 자리에

뒹굴며 몸살 앓던 몽돌 한 쌍 보았지

내 상심 한 웅큼도 물살에 헹구고 싶다


너의 얼굴 모래톱에 이제는 묻으려 해

다시는 서성이지 마라

슬픈 흔적도 그리지 마라

하얀 여백으로

비어 있게 해 줘


                              - 최영옥 시인의 시 ‘감포에서’ 全文


 위 시는 글로 시인의 고향 경주 근처의 감포 앞바다에서 쓴 시이다. 그가 얼마나 하늘나라에 간 그 분을 사랑하고 그리워했는지 가슴 저리게 시나브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너의 얼굴 모래톱에 이제는 묻으려 해/ 다시는 서성이지 마라/ 슬픈 흔적도 그리지 마라 / 하얀 여백으로 / 비어 있게 해 줘/ 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별은 만남을 의미하고 있다. 허나 현실에서의 그리움은 시인 자신이나 그를 위해서도 유익하지 않게 서로 비워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그것도 어렸을적 유년의 정과 애틋한 추억이 서린 고향 바닷가에서 말이다.


한 겨울 추위 속에

아버지 계신 시골집을 찾았다

걸음도 위태하신 팔순의 늙은 아버지는

딸에 대한 세모의 정을 삼겹살로 표현하시는데


하루 세 번 다니는 완행버스를 타고

읍내를 다녀오신 아버지의 장바구니엔

삼겹살 두 근

옥수수 식빵

순대 이 천 원 어치

당면 한 봉지

당신이 끼실 목장갑 한 켤레가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