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해설(200자 원고지 45매)
시글 이태자 시인의
- 시집 『그리운 것들은 비에 젖지 않는다』 -
소박하며 자연스런 서정정 바탕의 시술미학(詩術美學) 앙상블을 이룬 아름다운 시원(詩園)
김 우 영 (장편소설 월드컵의 저자. 계간 문예마을 주간)
. 序 詩
그때 그 자리엔
노을이 꼬집고 간
사랑의 열기가
계절을 잃어버린
마지막 잎새처럼
서럽게 남아 있을까
그리운 것들은
비에 젖지 않고
낮게 흘러
강으로 가는데
눈썹에 종을 매단
나는
유년의 멀미 속에서
또 하나의 나를 찾아
자유의 날개 달고
금지된 구역으로 날아간다
- 시글 이태자 시인의 시 『그리운 것들은 비에 젖지 않는다
』全文
. 한 송이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나길 소망한다
시글 시인은 그의 시집 『그리운 것들은 비에 젖지 않는다』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쓴 단 한 줄의 시가 그대 가슴에 씨앗으로 내려 한 송이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나길 소망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위 글에서 시글 시인의 인간적인 진면목은 여실히 들어난다. 시글의 시는 소박한 내음 아름다운 서정시(抒情詩)의 진수(珍羞)가 묻어나 메타포(Metaphor)로 이어지고 있다.
본디 서정시는 리리크((lyric)로 불리며 원어는 리라(lyra)이다. 현악기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서정시는 원래 악기에 맞추어 부르는 노래를 뜻하였다. 이것이 주로 읽기 위해서 쓰여진 개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짧은시를 뜻하게 된 것이다.
서정시는 서사시(敍事詩)와 극시(劇詩)와 함께 3대시중에 하나로 뽑힌다. 서정시는 주관적이며 관조적 레토릭(Rhetoric)으로써 자기 내부의 감정을 운율적으로 잘 나태내는게 특징이다. 대부분 짧은 형식으로 표출되며 주로 연애, 종교, 자연 그리고 사상적 갈등으로 나타낸다. 서정시의 원조로는 그리스의 여류시인 사포(Sappho)가 대표적이다.
감정은 개인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노래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서정시의 범위는 매우 넓다. 서양에서는 19세기 이후, 한국에서는 현대문학이 시작된 후, 시의 질과 양에 있어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서정시가 문학의 정수라는 관념이 생길 정도로 다양하고 표현의 깊이를 가지고 있다. 반면 극시나 서사시는 오히려 산문화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시글 이태자 시인과는 계간 문예마을을 통하여 문학적 인연을 맺고 지금껏 교우해오고 있다. 만날 때 마다 느끼는 것은 소박하며 진솔하고 훈훈한 인간애가 물씬 묻어난다는 것이다.
‘그 사람은 곧 문학이다’ 라는 말이 있다. 문학을 하는 행위자에 의하여 시나 수필 등의 장르로 그대로 투영되기 때문에 작품도 중요하지만 그 작품을 쓰는 문학적 행위자의 진면목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옛날의 선비들은 곧잘 이렇게 말씀하셨다.
“문학이전에 인간이 되라!”
. 서정성 짙은 문학적 시술(文學的 詩術)경지에 들다.
시글 이태자 시인의 시집 『그리운 것들은 비에 젖지 않는다』를 중심으로 몇 편의 시를 살펴보자.
텅 빈 집에서 오지않는
주인을 기다리는 고양이처럼
불 꺼진 현관에
홀로 서 있는 마음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사랑이 떠난 자리는
사랑니 뽑아낸 자리처럼
얼얼해서
머릿속까지 먹먹하다(末略)
그가 떠난 날 부터
불 꺼진 집에
홀로 글어선 순간
젖은 바람처럼 서 있다
- 시글 시인의 시 '불 꺼진 창‘의 일부
본래 시인은 외로운 법이다. 고독하고 슬퍼하고 허무하고 더러는 죽음의 문턱까지 오가는 깊은 시름의 강물에서 인생을 얘기하고 삶을 논하곤 한다. 그래서 시인은 시를 쓴다. 외롭고 적적하여 저 시린 가슴 밑둥으로부터 올라오는 처연(凄然)의 미로(迷路)에서 한 올, 한 올 시어(詩語)로 건져 시로 형상화한다.
위의 시 ‘불 꺼진 창’에서 보면 시글 시인은 외로워서 시인이 되었을 것이다. 고단하고 힘들고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아스팔트 위에서 외로울 수 밖에 없는 삶의 공간이 시인을 만들어 버렸을 것이다. 이런 자조적 공간이 ‘문학’ 이라는 항아리 학문으로 접어들도록 하였는지 모른다.
이래서 ‘시인은 하늘이 내리고, 환경이 시를 만든다.’ 고 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저 유명한 기도와 고독의 시인 ‘릴케’는 그의 명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갈파했다.
“우리는 고독하다. 우리는 잘못알고 마치 고독하지 않는 듯이 행동한다. 그것이 전부다. 살아있는 존재가 아닌 살아가는 존재로써의 자리는 절실하게 인식하는 사람은 고독과 니힐의 늪에서 어떤 구원자를 갈망하면서도 또한 그 신을 부정하려는 면이 있다. 실존주의는 인간의 근원적 불안과 고독위기 의식을 깨우쳐 주었지만 거기에 대응한 처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것이 약점이다. 인간은 결코 목적을 쫒아 행동하는 사색인일 뿐 필요는 있을지언정 결코 노예의 도구가 아니라는 자각 때문에 고독해질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바람도 잠든 숲길 걷다가
풍경소리에 귀청 세운다
봄날 소리없이 지는 꽃도
아픔이 있나니
바스락거리는 가슴 열어
사념의 꽃도 피우지 못했던
삶의 깊이 바라본다
뎅그렁 뎅그렁
가랑잎처럼 가벼운 몸뚱아리에
돌보다 무거운 욕심
지워지지 않는 흔적
비워라, 비워라.(末略)
- 시글 시인의 시 ‘풍경소리’ 일부
시글 시인은 봄날이라는 전령사를 앞세워 자신의 내면 세계에 대해서 조용히 되묻는다. 바스락거리는 가슴 사념의 꽃도 피우지 못했던 삶의 깊이에 대하여 . . . . . 가진 것 모두 버리고 차라리 운무(雲霧)되어 퍼지기를 간구하며 자신의 나신(裸身)을 초연하게 기꺼히 내보이는 시의 비유로 승화하고 있다.
어둠 가르는 바람
들꽃에 숨어 울고
오늘가고
내일도 가야 할 들길에서
지는 꽃 눈부시다
혼자 될 수 밖에 없는 계절
젊은날 한 남자를 품듯
붉은 단풍잎 하나품고
불면의 날 기침으로 막아서지만
시린 그리움 핏줄타고 흐르는데
물 깊은 밤 그는 어디로 가고
나는 또 어디에 있는가?
- 시글 시인의 시 ‘가을꽃’ 全文
위 시는 ‘가을꽃’이라는 내용의 시 이다. 가을들판에서 지는 꽃을 보며 눈부시다며 홀로인 계절을 보듬으며 그리움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묻고 있다. 이와 같이 시글 시인은 시어(詩語)를 다룰줄 알고 시술(詩術)의 경지에 든 것 같다. 이를 내다볼 때 아마 시글 시인은 오랫동안 시를 써 온 분으로써 인생과 세상의 깊이를 들여다 볼 줄 아는 혜안(慧眼)을 지닌 분 같다. 아래는 가을꽃 시의 종장 부분이다.
불면의 날 기침으로 막아서지만 / 시린 그리움 핏줄타고 흐르는데 / 물 깊은 밤 그는 어디로 가고 / 나는 또 어디에 있는가?//
이 부분이 시의 백미(白眉)를 이루고 있다. 시의 기교에 있어 능란한 테크닉중에 하나인 이분론적(二分論的) 치환(置換)의 미(美)를 살려내고 있는 것이다.
안녕이란 말은 싫습니다
당신과 나
항상 시작이자
영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가슴 적시는
정, 정
차마 어쩌지 못해 활화산이 되었나
용암처럼 끓는 내면의 세상
폭풍에도 몸 식지않고
흘러흘러
그대 가슴
내 가슴 가로지르는
강이되어 흘러갑니다
-시글 시인의 시 ‘강이 되어 만나리’ 全文
강(江)은 이별의 장소인 동시에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흘러가는 세월 강물위에서 인간의 삶을 얘기하고 세상을 논하곤 한다. 시작하는 곳도 강이요, 영원한 것도 강이기에 강이 주는 메시지는 무한(無限)하며 우리에게 주는 묵시적 상징성도 강하다.
시글 시인은 ‘강이 되어 만나리’란 시에서 시작과 영원이란 비유의 내재율로 정의하면서 그대 가슴, 내 가슴에 가로질러 흐르는 강물이고자 호소하고 있다.
이처럼 강 이란 자연이 주는 사물 앞에 시인은 인생과 세상의 류속(流俗)에 의미를 찾고자 연민하고 있다.
매화마을 어디쯤
그대와 나 마주하고 싶다
뉴스는 앞 다투어
꽃을 만개하고
사람들은 부산을 떤다
살랑이는 봄 앞에서
연분 난
벌, 나비
꽃을 행해 곤두박질 치더니
달콤한 입맞춤에 정신이 없다.(中略)
아, 아름다운 동화의 나라
그대와 잠들고 싶다
매화꽃 피는 날에
- 시글 시인의 시 ‘매화꽃 피는 날에’ 일부
시글 시인은 어느 날 마음속 매화마을에 간다. 시인은 만개한 꽃과 사람들을 만나고 살랑이는 봄 앞에 연분 난 벌 나비를 보며 달콤한 입맞춤에 정신이 없다고 표현한다.
매화라는 매개물 앞에 연분 난 벌 나비의 자연합치를 보며 그 아름다운 동화의 나라에 잠들고 싶다며 시를 쓴다.
시글 시인이 가진 순진무구의 순수와 소박함이 매화꽃이란 자연과 만나 시로 승화하는 절묘한 순간이다. 세계적인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시는 자연의 모방이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시인은 이처럼 자연요소적인 것들에 사랑과 여린 가슴으로 접근을 하고 있다. 부족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란 미물은 욕심과 이기, 명예욕에 사로잡혀 옳바른 직관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우리는 자연이란 위대한 전령사 앞에 거침없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부족한 자신을 채찍하곤 하는 것이다.
그래서 독일의 유명한 시인‘ 괴에테’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는가?
“자연은 농담하지 않는다. 자연은 늘 진실하고 늘 진지하며 늘 엄격하다. 자연은 어제나 옳고 언제나 잘못과 실수를 범하는 것은 사람이다. 자연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경멸하며 오직 정당하고 순수하며 진실한 사람에게만 자연은 자신의 비밀을 공개한다.”
. 소박하며 자연스런 서정정을 바탕으로 풀어낸 시술미학 (詩術美學)이 앙상블을 이룬 아름다운 시원(詩園)
‘풍경소리’ ‘가을이 오면’ ‘코스모스’ ‘가을꽃’ ‘가을단상’ ‘며느리 밥풀꽃’ ‘비 내리는 날에’ ‘강이 되서 만나리’ ‘가슴이 지는 태양’ ‘상사화’ ‘자미화의 노래’ ‘가을엽서 ’단풍엽서‘ 봄비’ 들꽃 피는 언덕‘ ’눈꽃‘ ’들풀처럼‘ ’바람에 띄우는 편지‘ ’사월에 쓰는 편지‘ ’3월은‘ ’매화꽃 피는 날에‘ . . . . . .
시글 시인의 시편들을 보면 대부분 자연의 전령사들이 주제로 등장한다. 따라서 이별과 만남, 아픔, 사랑이 부가적 주제로 따라 붙는다. 이 속에서 시글 시인이 갖는 고유의 시적영역(詩的領域)인 서정성으로 승화시킨다.
시인의 눈에 비친 주변의 자연적인 것들과 만남을 통하여 자신의 인생에 역정을 비유하고, 소박하며 순수한 내음의 이미지로 승화되어 시나브로 다가서고 있다.
시글 시론(詩論)의 특징은 소재의 회화적 요소의 이미지(image)와 의미적 요소의 정서와 감각요소를 절묘하게 합치시킨 것이 중요한 포인트이다.
현대시인의 특징으로 분류되는 난해성기법(難解性技法)이나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레토릭으로 시를 구사하는 것이 아니다. 시글은 이렇게 말한다.
“어려운 수사학적인 문자 표현만이 시가 아니다. 이해가 쉽고 아련하게 묻어나는 산안개 같은 것이 나의 시이다.”
애오라지 시(詩)는 자연과 인생(人生)에서 체험한 생각과 느낌을 상상을 통해 율문적인 언어(言語)로 압축 형상화(形象化)하는 창작문학의 양식인 것이다. 이를 실천한 분이 바로 시글 이태자 시인이다.
시글의 시는 소박하며 자연스럽다. 서정성을 중심으로 하여 오래 숙성시켜 다진 글을 쓸 줄 아는 시술미학(詩術美學) 앙상블을 이룬 아름다운 시원(詩園)을 이루고 있다.
. 나가며
시글 이태자 시인은 지난 2005년 제1차 추천을 시작하여 2007년 올해 제3차 추천으로 종합문예지 계간 문예마을(문화관광부 문화사 제01923호. 문예지 등록)을 통하여 정식으로 한국문단에 등단한다.
우리나라 문예지 대부분이 한 번의 신인상 수상으로 문단에 등단을 하는데반하여 계간 문예마을은 제1차, 2차, 3차(3년)의 추천과정을 통하여 최종 심의회를 거쳐 등단을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런 일련의 수련과정을 엄숙하면서도 진지하게 3년을 공부하여 문단에 등단하였다. 시글 시인은 이를 계기로 이번에 시집 『그리운 것들은 비에 젖지 않는다』을 출간하게되는 겸손한 분이다.
이번 첫 시집 출간을 계기로 이어서 제2집, 3집 등 출중하면서도 화려한 시인의 길을 보무도 당당히 걸어나가길 바란다.
세계적인 명작 ‘좁은문’의 저자인 ‘앙드레 지드’의 말이 생각이 난다.
'전체폴더(플래닛) > 고.오완영 및 문인들의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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