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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경찰서 피기춘시인 "희망의 시"중앙일보 기사

매트메니저 2005. 12. 26. 11:39
환자에게 '희망의 시' 읊어주는 경찰관
강릉서 피기춘 경사, 3년째 봉사
피기춘 경사가 23일 강릉 동인종합병원 2층 로비에서 동료 회원과 함께 환자 및 보호자들을 위해 시를 낭송하고 있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여진 이름이여/ …'

23일 오후 7시 강원도 강릉시 포남동 동인종합병원 2층 로비에서 환자와 보호자.병원 관계자 등 2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찰관 정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경찰관이 김소월의 시 '초혼'을 낭송하고 있었다.

'병원 로비에서 경찰관이 웬 시낭송회?'라는 듯한 눈길을 보내던 관객들은 금새 굵직하고 낭랑한 음성에 빠져 지긋이 눈을 감고 시를 감상했다.

낭송자는 강원도 강릉경찰서 피기춘(48.보안과) 경사.

그는 국내 경찰관 중 유일하게 정식으로 등단한 시인이자 전문 시낭송가로 활동하고 있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1994년 월간 '문예사조'와 계간 '우리문학'을 통해 등단한 그는 지금까지 3권의 시집을 펴낸 중견 시인이다. 등단과 함께 시 낭송에 심취한 그는 2001년 '제 7회 전국 성인 시낭송대회'최우수상과 2003년 '제 13회 전국재능시낭송대회'은상을 잇따라 받으면서 전문 시낭송가 자격증도 함께 취득했다. 국내 남성 시낭송 전문가는 1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다.

피경사는 2003년 시낭송 동호인 모임인 '강원시사랑회'를 창립, 회장을 맡고 있다. 회원은 20여명.

이 모임은 매월 한차례씩 동인종합병원을 방문,'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위문시 낭송회'를 열고 있다. 여름철에는 경포 해변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해변시낭송회'를 개최하고 아파트 밀집 지역과 학교 등에서 주민과 청소년들에게 아름다운 시를 선사한다.

올 3월에는 관동대 평생교육원에 '시낭송반'과목을 개설해 주임강사로 출강하기도 했다.

5월에는 제주도에서 시낭송회를 개최했고, 6월엔 중국 지린성 초청으로 현지를 방문해 중국동포 및 한족 시인들과 시낭송 문화교류를 하기도 했다.

이같은 이색 경력으로 피경사에게는 '시읊는 경찰관''문화경찰관''사랑을 전달하는 경찰관' 등 다양한 애칭이 붙어다닌다.

피 경사는 "시(時)는 삶에 지친 인간에게 사랑과 낭만을 안겨주는 영양소"라며 "내년부터는 시각장애인 시설 등 불우 시설을 더 많이 찾아가 시에 담긴 사랑을 듬뿍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좋은 목소리를 '본업(?)'에도 잘 활용하고 있다. 2001년 10월부터 강릉MBC라디오의 '57분 교통정보'를 5년째 진행하고 있다. 춘천보호관찰소 강릉지소에서 실시하는 도로교통법 강사로도 5년째 활동하고 있다.

강릉=글.사진 홍창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