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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폴더(플래닛)/고.오완영 및 문인들의 스토리

정선군 여행기

매트메니저 2006. 12. 3. 23:39

(총괄 완성편/ 200자 원고지 170매)


    - 2006년 강원도 정선군 도원문학축전을 마치고 -

여인네 가녀린 산허리 휘몰이 넘나는 정한(情恨)의 고장 정선아라리,

                                               그리고 동해시 이야기

                                                         

                김우영 (장편소설 ‘월드컵’ 의 저자. 한국소설가협회)


 길!

 너의 시작은 어드메며

 끝은 어드메 이느뇨?


 너를 따라 나선 나그네 길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너를 따라

 오늘도 난 이 길을 걷는다


 길!

 너를 따라 한없이 걸어야 하는 이길

 오늘도 난 이 길을 무심히 걷노라!


 길 따라 가는

 나그네 같은 나의 인생.

                   - 나은의 중학교 3학년 때 작문숙제로 쓴 시 『길』


문을 열다


 “뚜--------뚜---------”


 긴 목 즈려빼며 일행을 태운 열차는 기적을 울리며 강원도 정선을 향하여 힘차게 출발하고 있었다. 높 낮은 험준한 산 사이사이로 칙칙폭폭 기적을 울리며 길 위를 달리는 열차를 보면서 지난 중학교 시절 습작삼아 쓴 『길』이란 싯귀가 생각이 난다.

 여행과 낭만, 문학과 술, 방랑과 여인, 고독과 시름 . . . . . . 또 산과 바다, 강과 계곡, 들판, 해와 달, 바람과 비, 눈과 안개 . . . . . . 이런 일들은 나의 태생부터 지금껏 반복되는 윤회(輪廻)의 몸짓들이다.


 말은 씨가 되고 마음은 그 사람의 바탕이 된다고 했던가? 중학교 때 시골집에서 학교까지는 무려 5km나 되는 길을 3년동안 걸어 다녔다. 그리고 오늘도 이 길을 가고 있다. 당시 왕복 10km 정도되는 거리를 오가며 문득 『길』에 대하여 생각하다가 작문 선생님께 습작삼아 숙제를 냈다. 그 당시 쑥색바지에 하이얀 블라우스를 입은 고운 작문선생님은 내 까까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으음, 우영아. 길 이란 작품 잘 썼더구나. 이런 식으로 더욱 노력하여 글을 쓴다면 훗날 훌륭한 작가가 될거다!”


 이 말씀 한 마디에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써보고 마치 시인이라도 된 것처럼 행세하곤했다. 소풍을 가면 친구들 앞에서 ‘길’이란 시를 낭송(낭독에 가까움)하곤 했다.


 나는 1989년 한국문단에 등단을 하였다. 그리고 현재 17권의 책을 출간하고  17년차 중견작가로 이 땅 위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나의 방황, 말하기 좋게 ‘영원한 보헤미안 나은 길벗’ 이다. 『길』이란 작품처럼 지금껏 길 위에서 나그네로 걸어가고 있다.

 길 위에서 만난 시와 예술, 길 위에서 만난 인생, 길 위에서 만난 세상을 살며 지금도 길 떠나는 여로(旅路)위에 오늘도 나는 아이러니(Irony)하게 길 위에 서 있다.


 떠남과 돌아옴, 들과 남과 무(無)와 유(有)는 지금껏 아니 앞으로 내가 한평생 끼고 살아야 할 화두(話頭)이다. 가자, 까짓 거 사는 게 별거라더냐? 이 길을 따라 가는데 까지는 가보자. 가다보면 비도 맞고 눈도 맞으며 이슬도 맞겠지.


 “운명아 길을 비켜라. 내가 나간다아----------!”


 정선을 향하여


 일행을 태운 열차는 힘차게 기적 소리를 내며 강원도 정선을 향하여 달리고 있었다. 대전에서 10여명, 전북 전주시에서 2명이 합류하여 가는 길이 설레이고 즐겁다. 미리 준비해간 김밥과 양주로 나그네의 요기와 여정(旅情)에 목을 축였다. 그윽한 웅혼(雄魂) 늦가을 정취를 차창으로 맛보며 정선을 향하여 달렸다.

 우리의 여행보듬이 늘손지 손혁건 시인이 열차의 진행방향에 대하여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정선행 열차안의 일행)           (제천역에서의 여인네들의 아름다운 수다)


 “선생님들, 이 열차는 이곳 대전역을 출발하여 조치원과 청주, 충주를 경유 하여 제천역에 도착합니다. 제천에서 다시 태백선 열차를 타고 영월을 거쳐증산역에 도착하면 플렛트홈에 잠시 내립니다. 거기서 증산골의 커피맛을 본 다음 정선선 열차에 올라 우리가 꿈에도 그리던 정선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가시면서 불편한 사항이나 필요한 일이 있으신 분은 여행보듬이 늘손지를 찾아주세요. 선생님들 즐거운 정선 여행이 되십시요.”


 그러자 일행들은 박수를 치며 칭찬을 한다.


“짝짝짝 --- 역시 똑 떨어지는 우리의 여행보듬이 늘손지 시인이야! 감사해요.”


 우리들의 ‘분위기 맨’ 다헌 시인이 일어나 한 마디 거든다.

 “여기 시글 시인이 ‘꼴깍 20년산 꼬냑’ 을 가져왔어요. 그리고 해나 시인은 맛있는 김밥을 가져오고요. 가시면서 출출하신 분은 말씀하세요.”


 여행에 들떠있는 일행을 태운 열차는 한참을 달리다가 제천에서 멈춘다. 여기서 다시 증산행 열차를 갈아타야 하기 때문이다. 다헌 시인이 뽑아주는 늦가을 커피맛이 일품이다.


 “다헌 시인의 커피맛 쥑여주네요!”


 뒷 뜰에서 한가하게 차를 마신다는 뜻의 아호 다헌(茶軒) 송은애 시인이 웃으며 살갑게 전하는 커피를 마시며 우리는 다시 태백선 증산행 열차에 옮겨 탔다. 


 “여기는 촌장님 앉아 소란 시인과 다정히 여행하시고, 저쪽 자리는 시몬 손중하 선생님과 시글 이태자 시인이 나란히 앉아 연인처럼 여행하세요.”


 우리의 여행총무 늘손지 손혁건 시인은 나그네들의 좌석배치와 의자순서를 알려준다. 또 대전-충남-충북-강원도-정선에 이르는 긴 여행길 우리들의 허기진 육신을 안타까웁게 여겨 지난밤 김밥을 말아온 우리들의 막내 사랑둥이 해나 김효숙 시인. 가방에서 연방 김밥을 꺼내고 시글 시인이 낭군 몰래 가져온 20년산 최고의 꼴깍 꼬냑 양주를 권한다.


 “나은 선생님. 여기 김밥 있어요. 한 잔 하시면서 목 축이고 가세요. 저기 전주에서 오신 김학 선생님과 유휘상 시조시인님도요.”

 긴 목 즈려빼며 달리던 열차가 힘겨운지 증산역에 멈춰선다. 여기서 정산으로 가는 열차를 갈아타기 위하여 내렸다. 역 주변 높다란 산의 정취는 우리가 마치 스위스 알프스 산맥을 돌아온 듯 장엄함을 보여준다.

 증산 플렛트홈에서 다헌 시인과 소란 강옥희 시인의 아름다운 수다를 듣고는 정선행 열차로 갈아탔다. 정선으로 가는 열차에서 귀인(貴人)을 만났다. 오늘 행사에 초대받은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의 수석부회장 겸 월간문학 발행인 장윤우 교수님을 만났다.


 “아니 선생님 아니세요? 이렇게 열차안에서 우연히 만나다니요? 반가워요. 선생님.”


 “어허 대전 김우영 작가. 반가워요. 열차에서 오늘의 동지를 만나니 참으로 반가워요.”


 한국문단에서 가장 깔끔한 선비요, 좋은시를 쓰시고 한국문단을 이끌어 가시는 어른이신 교수님을 만났으니 여간 반가웠다. 가만히 생각하니 장 교수님을 수 년 모 월간지 신인문학상 문화행사 사회를 보기위해서 가다가 서울 지하철안에서 우연히 만났던 그런 길 위 필연의 인연이 다시 강원도 정선땅에서 이루어질줄이야 . . . . . ! 


 아우라지에 품안에 들다


 일행이 함께 열차안에서 만나 반가운 인사를 하면서 가다보니 정선 아리랑의 고장 정선역에 열차가 멈춘다. 열차를 세 번씩 바꾸어 타면서 도착한 아라리의 고장 정선.

 난생처음 밟아보는 정선(旌善)땅의 촉촉한 토양의 촉감과 눈앞에 펼쳐진 정선의 산협 아래 조그마한 시가지가 한눈에 밟힌다. 산간역이라서 그런지 왜소해 보였다. 언제인가 한 번 지나다 머문곳, 정감있는 고향역 같은 곳으로 느껴졌다.

 정선역에서 일행은 택시에 분승하여 행사장 목적지로 향하였다. 잠시 후 택시는 우리를 ‘정선아리리촌’에 내려 주었다. 조양산과 기우산이 산병풍으로 둘러쳐있는 평평한 분지를 싸고 있고 옆으로는 해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다. 태백의 정연수 시인의 절절한 표현처럼 흘러 골골이 감칠맛 나는 이름송천과 골지천이 합수하는 아우라지가 휘돌아가는 아라리촌.


 전통적인 초가집과 너와집 형태의 가옥 몇 채, 마을길목 중간중간에 서 있는 반상(班常)차림의 사람모형이 서 있고 스피커에서는 애절한 정한(情恨)정선 아리랑 노랫가락이 아련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선 아라리촌 앞에서)                               (김기태 촌장의 어록 詩畵)

 아라리촌 입구에 있는 야외공연장 주변에는 이번에 정선을 방문한 전국의 문인들과 정선지역 문인들이 직접 쓴 시를 시화한 작품이 액자에 담겨 저자들을 반기고 있었다. 입구에 소란 강옥희 시인의 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별보다 고운 눈물 내 안에 가두고


                소란 / 강옥희(대전 온동마을)



저리도록 숨찬 흐느낌을 가슴에 묻고

단절된 웃음의 의미를 되짚으며

극심하게 자신을 내 몰고도

더는 어리석지 않다 말했다


무참히 깨진 현실은

고독한 마음을 손상시키고

주술에 걸린 듯, 분명한 의식도 없이

헤어진 그 밤이 아프고 절실해서

사무치게 미쳐 본 적이 있는가 (中略)


 ‘아우라지’ 라는 말은 가수리(佳水里) 아름다운 강물 양수(陽水) 송천과 음수(陰水) 골지천이 만나는 것을 말한다. 즉 어우러진다는 뜻의 아우라지는 오래전 한양으로 목재를 운반하는 땟목이 출발하던 곳이다. 하천변에는 정선아리랑 가사속의 님을 기다리는 처녀상과 청자각이 있으며 저 강 건너편에는 정선아리랑 전수관이 보였다.

 정선읍 아리촌이 자리한 애산리(愛山里)는 조선 중엽 부락 앞에 애산정(愛山亭)이라는 정자각이 있어 애산리라 하였단다. 이곳 1만여평 부지에 정선의 옛 정취와 주거문화를 담은 아라리촌은 전통와가와 굴피집, 너와집, 저릅집, 귀틀집의 전통가옥과 주막, 토속매점 등이 조성되어 있다.

 지금은 보기드믄 물레방아와 통방아, 연자방아, 서낭당, 농구공방, 방앗간 등의 시설도 볼 수 있다. 정선아리랑제가 열리는 매년 3월에서 10월초순까지는 정선5일 장터에서 섭다리를 건너 아라리촌을 방문하는 것도 이색체험중에 하나라고 한다.


 정선에서 민예총 문학분과 최법순 위원장과 만나니 참으로 반갑다. 1989년 문단에 등단 할 당시 서울에서 문학동인으로 활동하던 최 선생님을 만났다. 그간 전화와 인터넷으로만 통화를 하다가 서로 만나 부둥켜안고 17년만의 재회에 기쁨을 만끽한다. 서로 희끗한 머리를 보며 서로 머쓱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최 위원장의 소개로 사단법인 강원도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 정선지부의 안정의 지부장과 장춘경 사무국장, 성회직 시인 등과 인사를 나누었다. 성회직 시인은 작년 이맘때 태백시 문화행사 때 만난분이라서 1년만의 해우(邂逅)에 반가움에 미소가 만면에 번졌다. 정선군의 정신적 보물로 평가되는 서덕웅 강원도문화관광해설사의 첫 정선 자랑이 열린다.


 “우리 정선군 전체는 발길 닿는곳 마다 소중한 문화유산이 보옥(寶玉)처럼 머금고 있는 자연박물관입니다. 잘 오셨습니다. 여러 선생님들을 환영합니다.”


 마침 함께 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의 김학 부회장님이 일행을 대신하여 인사를 받는다.


 “감사해요. 우리를 환영해주시어 잘 구경하고 가겠습니다.”


 국토의 대동맥인 한강의 발원지로써 예로부터 무릉도원(武陵桃源)이라 불리는 정선은 조상의 얼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는 우리들의 고향같은 곳 이었다.

 정선군(旌善郡)은 고구려 때 잉매현, 신라때 정선, 고려때 삼봉(三鳳), 도원(桃原), 심봉(沈鳳) 등 군명이 자주 바뀌었다. 공민왕 2년(서기 1353년)에 군명이 다시 정선으로 개칭되어 조선 500년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본 군의 군청 소재지로서 정치, 행정, 경제, 교육, 문화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1924년에 서면(西面)을 합하면서 1973년 7월 1일자로 정선군 정선읍으로 승격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최법순 위원장은 입이 닳도록 정선을 칭찬한다.


 “우리 정선군은 맑고 푸르른 정선군민의 순후한 인심과 삶의 애환을 노래한 정선아리랑의 아리를 함축하여 산아리라 하였어요. 맑은 자연과 혼연일체가 되어 자연에 순응하며 살고 삶이 주는 고단함을 아라리 가락에 실어 보내며 아름답게 살아가려는 정선사람들의 아름답고 순박한 삶을 의미하지요. 또한 화암동굴의 주제인 ‘금’과 ‘희망’과 ‘행운’을 주는 전래설화속의 도깨비를 함께 표현하여, 미래가 밝은 관광 정선이라는 자신감이 담겨있는 것이 바로 정선군의 캐릭터 입니다.”


 전국의 저자와 만나는 정선아리랑


 대전에서 간 일행은 제1부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공식행사 전에 전국에서 자신의 책을 들고온 21명의 시인 작가의 저서 3백여권을 미리 준비된 저자별 명패 뒤에 탁자에 놓고 앉아 정선군민과 청소년들에게 팬 싸인회를 하도록 준비했다. 자신이 쓴 저서를 직접 싸인하여 독자와 직접만나는 일은 저자나 독자나 매우 의미가 깊고 즐거운 일이다.

 정선군 독자 팬 싸인회에 참여한 시인 작가들이 각기 제 자리를 찾아 앉는다. 서울의 장윤우 한국문협 부이사장님, 한국시낭송가의 안초운 간사, 서울의 지구문학회 양창국 회장님과 한국소설가협회에서 온 장편소설 ‘월드컵’의 저자 김우영 작가, 전 부산문인협회 강영환 부회장님과 부산에서 함께온 강옥희 수필가, 이남기 시인 등이 부지런히 정선군의 학생들에게 자신의 책에 싸인을 해주고 있었다.

 한켠에서는 잠시 후 멋진 노래와 키타 연주로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할 경기도 평택시 팝 오케스트라의 리드싱어 이청정 가수가 목소리를 다듬느라고 열심히 리허설을 하고 있다.

 그 옆으로 경남 밀양문인협회의 최경화 회장님과 대구시의 여한경 국제펜클럽 부회장님과 정삼일 사무국장님, 대구광역시문인협회 김종태 시인, 전북 전주시에서 온 김학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회장님과 유휘상 전라시조 회장님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독자와 부지런히 만나고 있다.

 또 대전에서 간 훤칠한 키에 잘 생긴 온동마을 김기태 촌장님 시글 이태자 시인, 해나 김효숙 시인, 대전문인협회의 송은애 시인, 계간 문예마을의 손중하 수필가, 대전충남아동문학회의 가임, 채정순 동시작가, 온동마을의 대금에 명인(名人) 이생강류 이수자인 김주태 선생님과 한국재능시 강원도 지회장인 강릉의 피기춘 시낭송가, 강릉시낭송가협회의 김은주 시낭송가 등이 부산하게 테이블에 앉아 행사장을 찾은 정선군민과 학생들과 만나고 있었다.


 「2006년 강원도 정선군 도원문학축전」은 11월 10일(금)일부터 11월 11일(토)일 까지 이곳 아라리촌에서 열린다. 사단법인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 강원도민예총 정선지부가 주최하고

                                      

(정선군 학생들에게 싸인해주는 저자들)          (서울에서 온 결고운 안초운 시낭송가)


정선군과 문화재단, 정선군시설관리공단이 후원하고 있는 문학행사이다.

 날씨가 쌀쌀해지고 어둠이 조금씩 몰려올 즈음에 정선군 유창식 군수님과 최승준 군의회 의장님이 다른 내빈들과 함께 행사장을 찾았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했다.


 가녀린 여인네 허리 휘감는 정선 아리랑을 만나다!